[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리뷰 - 신지 어른 됐구나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시리즈는 2007년 '서'를 시작으로 약 3년 주기로 1편씩 나왔습니다. 특히 2013년 <에반게리온:Q>를 보고 이 엄청난 소재와 질문을 어떻게 회수할지 궁금했고 마지막 4편을 기다렸습니다. 그런 대기 시간이 10년 가까이 되었을 무렵, 올해 드디어 1996년부터 시작된 에반게리온의 궁극의 대장이 나타났습니다. 제목도 독특하네요 그것이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입니다. 당초 국내 극장 개봉을 기대했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 보게 됐다가 두 달 전 구독 해제를 했던 본 스트리밍 사이트에 재구독을 해서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시리즈 마지막답게 화려한 비주얼 임팩트
정말 작품이 최고! <에반게리온 새 극장판: 서>와 <파>는 TV 시리즈의 주요 사건을 다룬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한 기대는 원작의 명장면을 어떻게 화려한 기술로 구현하는 걸까요. 반면 <에반게리온: Q>와 <신에반게리온 극장판>은 완전 오리지널 스토리이므로 매장이 새로움의 연속입니다. 그걸 화려한 배틀 장면과 비주얼 임팩트로 채워 감탄을 자아내죠.
이번 작품 역시 파리 오프닝 전투를 시작으로 후반부 제레의 본부에 들어가 포스 임팩트가 아니라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막으려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경이롭게 그려냅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양과 질 모두 압도적이었어요. 정말 제작진의 영혼까지 모은 작화와 연출을 이렇게 만나게 돼 다행인데 한편으로는 극장에서 볼 수 없어 무척 아쉽네요.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오답을 지우고 다시 쓴 보편적인 정답이 장면을 보고 아! 이거요?!에반게리온 시리즈를 모두 본 팬이라면 이번 작품을 보고 떠오르는 특정 제목이 있을 겁니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입니다. 이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이 새삼 떠오르네요. 엄청난 걸 봤는데도 뭘 봤는지 모르는 그야말로 보는 사람을 멘붕에 빠뜨리는 아스트랄 스토리와 이미지에 '이 세상의 에바는 아니다'라고 말했을 정도죠.
<새 에반게리온 극장판>은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잔상[=혹은 악몽...]을 떠올리면서도 그때와는 다른 보편적인 정답을 내놓습니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몇 년 전 유머 게시판 드립으로도 유명한 이 이미지와 거의 비슷해요.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2장 요약.JPG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은 <에반게리온Q>에서 자신 때문에 니어 서드 임팩트가 일어난 줄 알고, 거의 반 폐인이 된 신지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재기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과정에서에바특유의종말론적인서사와종교론적관점,마이크로현미경을맞춰서묘사하는자아성찰이여전히무슨말이야?라는물음을지울수없습니다.하지만너무어렵게생각하지않아도됩니다. 다만 야스노 히데아키와 에바의 스태프들이 보여준 엄청난 이미지와 대사를 보고 듣고 충격과 감탄을 연속적으로 토해내면서 의식의 흐름대로 따라가면 되니까요.
이런 복잡한 과정 속에서도 팬들을 위한 서비스 서비스는 확실히 준비되어 있습니다 니어 서드 임팩트로부터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등장 캐릭터가 바뀌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죠. 특히 에반게리온 시리즈를 통해 마니의 옆에 있던 친구들, 겐스케가 어른이 된 모습은 기쁨과 무게를 동시에 나타냅니다. 신지는 아직 중학생의 모습 그대로지만 친구는 무럭무럭 자랐다는 갭이 이번 작품의 핵심 메시지로 작용하면서 영화의 무게를 더하고 있기 때문이죠.특히 이들이 세계 멸망의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희망을 꿈꾸는 모습이 신지와 에바 조종사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미래를 바꾸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마치 이카리 겐도를 비롯한 어른 세대의 잘못과 아집을 극중 소년과 소녀들이었던 인물이 성장해 밝은 에너지로 상쇄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설정은 에반게리온의 궁극적인 질문이자 명대사였던 신지, 어른이 되어라에 대한 나름대로의 단단한 대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치 '어른이 되었구나'와 같은 의미입니다. [실제로 이 대사는 극중 중요한 장면에 나오기도 합니다.]
신화에 박제가 된 소년이 되기보다 부딪치며 성장하는 청년이 되기로 결심한 신지 여러 가지 뉴스를 보면 안노 히데아키는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을 하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그 정신 붕괴를 견디지 못하고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고, 기괴함과 우울함으로 뒤덮이고 말았습니다." 그런 거에 대한 후회가 굉장히 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을 통해 그때 자신이 쓴 오답을 고치려고 많은 노력을 했고,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그야말로 <에반게리온>의 마지막다운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 대해 건설적인 결론을 내린 또 다른 <비기닝 오브 에반게리온>일지도 모르겠네요.